오바마 행정부 차압 방지 추가 대책안, 융자조정 실효 없자 원금삭감 '강력 처방'
◇내용 ▶융자 원금 삭감 이번 추가 대책안의 주요 골자는 융자 원금 삭감이다. 26일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모기지 은행들은 차압 위기에 처한 주택소유주의 융자 원금을 감정가의 90% 수준까지 낮춰주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소유주들이 가격 급락을 이유로 주택을 포기하는 사례도 줄어들고 모기지 페이먼트도 실질적으로 줄어들게 돼 차압을 방지하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은행이 융자조정을 해 줄 때 그동안 밀린 융자금 연체료와 각종 융자조정 비용을 원금에 가산함으로써 원금이 증가, 이자율이 낮아져도 실질적으로 페이먼트가 줄지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한편, 연방 정부의 융자 원금 삭감 발표에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모기지 원금이 현 주택 가치의 120%에 달하고 모기지 페이먼트를 최소 2개월 이상 체납한 주택소유주의 융자 원금을 최대 30%까지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을 오는 5월부터 실행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융자조정안과 비슷한 내용인 셈이다. ▶깡통주택 재융자 확대 지난해 실시된 깡통주택 재융자 프로그램은 주택 시세보다 융자 원금이 높은 깡통주택도 재융자를 받게 함으로써 차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모기지 은행들이 재융자를 꺼리고 조건을 까다롭게 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으로 혜택을 본 주택 소유주가 20만명에도 못미치면서 실패로 평가받아왔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당초 오는 6월 11일 종료예정인 이 프로그램을 내년 6월 30일까지 1년 더 연장한다. 또, 주택의 감정가 대비 융자 원금 비율의 최고 125%까지 연방주택국(FHA)을 통해 낮은 이자율로 재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보다 쉽게 재융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게 했다. ▶실직 주택소유주 페이먼트 감면 연방 재무부는 실직한 주택 소유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3~6개월까지 모기지 페이먼트를 일정액까지 감면해 줄 계획이다. 만약 이 기간동안 주택 소유주가 새로운 직장을 찾지 못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아도 급여가 낮을 경우를 대비한 추가 대책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 지난해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 차압 방지 추가 대책을 발표했지만 차압 가구는 280만채에 달했다. 올 해에는 차압주택 규모가 크게 늘어 450만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지금까지의 융자조정 프로그램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즉, 단순히 이자율을 낮춰주는 것만으로는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주택을 포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등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융자원금을 낮추는 것만이 실질적인 혜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정 오바마 행정부가 26일 새로운 융자조정 계획을 발표했다고 해서 당장 시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직은 대형 모기지 은행들과 합의만 이뤄졌을 뿐 세부적인 내용이 확정돼야 한다. 우선 연방 정부가 각 은행들에게 자세한 지침을 하달하는 데도 1주일 정도는 걸린다. 지침을 받은 각 은행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새로운 세부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지침 마련에는 지난해 융자조정 프로그램을 비춰볼 때 4~6주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각 은행에 접촉해 새로운 융자조정안에 맞춰 혜택을 받으려면 일러야 4월말 또는 5월초가 돼야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점 실직한 주택소유주에 대한 모기지 페이먼트 감면안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주택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굳이 재융자를 하면서까지 주택을 지키려는 깡통주택 소유주들이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커뮤니티개선그룹인 PICO의 루시 콜린은 “오바마 행정부가 차압 위기에 직면한 주택 소유주 구제를 위해 작은 희망을 준 것에 불과하다”며 “수입이 없는 소유주에게 안정된 직장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융자와 융자조정 등을 신청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인력 문제가 걸린다. 관련 인력을 다시 교육하고 배치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모기지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가가 이번 융자조정안 성공의 관건이다. 곽재민 기자